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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 Abroad/첫 번째 회고록, 미국과 캐나다

Day 1, 미국 USA_샌프란시스코_나홀로 배낭여행 시작

여행이라는 단어는 목적지나 동행인에 따라서 그 무게가 달라진다. 성급하게 일반화를 시켜보자면 아마 먼 곳으로 여행할수록, 나와 같이 가는 사람이 적을수록 무거운 여행이 될 것이다. 전염병이 지구 전체를 지배하기 이전에 나는 꽤나 무거운 여행을 다녀온 것 같다. 아직까지 그 짓누름이 느껴지는 지구 반대편에 있는 미국으로의 여행은 내 첫 번째 회고록으로 적당하다.

이전에도 미국은 여행했던 나라이고 이번 방문의 본 목적도 사실 여름학기 동안의 UC 버클리 대학에서 수업을 듣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8월 중순에 모든 공부가 끝났고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인천 공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가 8월의 마지막 날 예정되어있는데 감히 나는 가만히 있을 수가 없지 않은가.


2019.08.17

이번 여행은 굉장히 심혈을 기울여 계획했었다. 내가 요즘 유행하는 MBTI 검사를 그다지 신뢰하지는 않지만 그나마 맞다고 생각되는 부분이 내 성격에 E와 J가 포함된다는 것. J가 시사하듯 나는 여행을 다니면 무조건 계획을 세워야 직성이 풀린다. 계획은 거의 수필로 짜는 게 버릇이라 딱히 사용하는 휴대폰 어플이나 플래너 같은 건 없다. 굳이 한다면 아래처럼 대충 머릿속 구상을 이미지로 남기는 정도. 

 

샌프란시스코-벤쿠버-시애틀-포틀랜드-다시 샌프란시스코로 돌아오는 일정.

일정은 8월 17일부터 8월 27일 까지, 대략 11일 정도 지구 반대편에서의 강행군 시작이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출발하여 비행기로 캐나다 벤쿠버에 시작점을 찍고, 아래로 천천히 내려와 시애틀을 거쳐 포틀랜드에 무사히 도착하는 것이 내 목표였다.


1. GAP 매장

 

버클리에서 샌프란시스코까지는 버스로 대략 30분 정도 걸린다. 50번 버스는 운행 간격도 짧고 위험하다는 미국의 대중교통 이미지에 포함되지 않기에 학기 내내 애용하게 되었다. 버스에 타고 내 플레이리스트를 10곡 즈음 지나갈 때 베이 브릿지를 지나 도착한다. 샌프란시스코 하면 누구든 빨간 금문교를 먼저 떠올릴 테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버클리와 샌프란시스코를 이어주는 베이 브릿지에 더 애착이 간다.

수십 번이나 왔던 샌프란시스코라 오늘은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돌아다니는 게 목표다. 지도가 머릿속에 자리를 잘 잡고 있던 터라 휴대폰도 딱히 필요 없이 시내를 돌아다닌다. 날씨가 쌀쌀해지면 옷을 산다는 생각으로 반팔을 입고 나왔는데 쇼핑의 중심지,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이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지 않을 이유가 없다. 바로 눈에 띄는 GAP 매장으로 직행.

 

오버핏으로 하나 장만, 단돈 9달러.

네시가 넘어서면 쌀쌀해지는 샌프란시스코 여름에 딱 맞는 맨투맨 하나 발견해서 9달러 주고 사버렸다. 그저 만원이라니, 한국에서 절대 옷을 살 필요가 없다.


2. USA 호스텔

 

여러 종류의 숙소가 있지만 나는 항상 호스텔이나 게스트 하우스를 선택한다. 우선, 가격 면에서도 하룻밤에 오천 원이라던지 큰 장점을 가지고 있고, 또 무엇보다 여러 나라에서 온 많은 사람들은 만난다는 게 너무 좋다. 이번 여행의 첫 호스텔은 USA 샌프란시스코 호스텔로 여행 중 가장 많은 동행인을 만들어 준 호스텔이기도 하다.

 

사진처럼 꽤나 아늑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

내 자리는 왼쪽 위, 이 호스텔에서 가장 친해진 노르웨이 형님과 또, 두바이 누님이랑 4인실을 같이 사용했다. 내가 다녀본 거의 모든 호스텔이 그러하듯 일층이나 지하에는 무조건 간단한 펍이나 카페 같은 장소가 있다. 모두가 친구를 만들기를 좋아하고, 왜 여기 왔냐고 물어보면 십중팔구 "To socialize"라는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길었던 한 학기를 마친 첫 날이기도 하고 꽤나 피곤했기에 친해진 노르웨이 형과 다음날 같이 샌프란시스코 여행에 동행하기로 약속하고 일찍 침대에 들어왔다. 그리고 옆 침대의 형님들이 밤새도록 "Murica, xuck, Yeah!"라고 외치는 소리를 들으며 샌프란시스코에서의 첫날밤을 마무리했다.

 

그저 생각없이 걷다가 잡은 사진 구도, 샌프란시스코의 8월은 낮이 길고 하늘은 높다.